국내 MVNO 시장 변화에 관심이 많은 탓에 우리보다 조금 빠른 듯 하지만 비슷한 길을 가고 있다고 생각되는 일본 시장을 주의 깊게 자주 살펴보게 된다.
이미 지난 4월 달에 '일본 라쿠텐, MVNO 사업에 출사표를 던지다!'라는 포스팅을 통해서 일본 최대의 쇼핑몰 업체의 MVNO 사업 참여 소식을 전한바 있는데, 어제 가격비교 사이트 'EC Navi'에서도 MVNO 사업에 참여한다고 발표하여 일본 내 MVNO 시장 분위기가 고조되고 있는 듯 하다.
주식회사 EC Navi는 1999년 10월 와세다대학 상경학부를 졸업한 37세의 현 CEO 신스케 우사미씨가 창립멤버로 들어가 온라인 ID 확인 서비스를 처음 시작한 후, 2004년 7월 가격비교 사이트 'EC Navi'를 론칭하여 2009년 2월 현재 회원수 250만명, 월간 6.9억 PV를 일으키는 서비스로 성장한 벤처기업이다.
'EC Navi'가 차별화 포인트로 내세운 부분은 역시 자사 가격비교 사이트를 십분 활용한 쇼핑과의 연계인데, 쇼핑을 하기 위해 사이트를 이용하면서 쌓이는 포인트를 현금이나 상품권 등으로 교환해 주는 시스템을 도입하여 휴대폰 가입자가 온라인 쇼핑에서 상품 구매 시 최대 50,000 포인트(5,000엔 상당)를 적립해 주는 제도를 마련해 놓았다.
또한 월정액 이용요금이 2,999엔 미만인 경우는 100엔당 30포인트, 3,000엔 이상인 경우는 100엔당 60포인트를 적립해 주는 제도도 함께 운영할 계획으로, 단말기는 샤프와 쿄세라에서 만든 3개 기종이 마련되어 8/3부터 'EC Navi' 온라인 사이트에서만 구입할 수 있다.
<현재 준비된 단말기 3종 - 좌로부터 샤프 'ECN-SH001', 'ECN-SH002'와 쿄세라 'ECN-K002'>
앞으로 단말 기종을 늘리고, 독자적인 단말 어플리케이션도 개발하여 자사 사이트의 각종 상품 정보를 비롯하여, 일본에서 인기가 있는 뉴스, 점, 전자서적, 동영상 등 디지털 컨텐츠 판매 사업을 꿈꾸고 있는 중이다.
이번 'EC Navi'의 MVNO 사업참여가 이슈가 되고 있는 것은, 최근 WiMAX 상용론칭 및 이 망을 활용한 MVNO 등장이라는 커다란 통신환경변화와 더불어 일본 내 2위 이통사업자인 KDDI가 MVNO 사업자와 처음으로 손을 잡았다는 점 때문이다.
그 동안 일본도 우리 국내에서처럼 적지않은 진통을 겪어 왔는데, 현실적인 활성화 저해요인을 없애고 MVNO 시장을 활성화시키기 위해서 일본 총무성에서 작년 5월 MVNO 사업자들에 관한 법제도를 정비한 이후 기업들의 참여가 눈에 띄게 늘고 있는 상황이다.
국내의 경우 최근 KT가 MVNO 사업 추진 및 관련 조인트벤처 설립도 고려하고 있다고 발표하면서 그 동안 미지근했던 국내 MVNO 사업 환경에 변화가 예상되는데, 이를 계기로 한국MVNO협회에서도 MVNO 입법을 강력히 촉구하며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그런데 진짜 MVNO 관련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새로운 세상이 열릴까? 개인적으로는 다양한 사업 환경 기반이 마련되어야 하고, 소비자에게 유용함을 줄 수 있는 사업 모델이라는 점에서 MVNO의 탄생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사업자 입장에서 보면 결코 녹록치 않은 부분이라고 보여진다. 이미 선경험을 치른 해외 사례들을 보더라도 크게 성공하여 제대로 자리잡은 기업은 많지 않고, 대부분의 MVNO 사업자들이 Niche Market을 타겟팅하고 있으며 현실적으로 그럴수 밖에 없는 한계점을 갖고 있는 사업이기 때문이다.
단말기만 놓고 보더라도 국내 시장은 외산 단말 유통이 원활하게 이루어질 만큼 신뢰가 쌓여있지 않고, 기존 사업자들이 추진하고 있는 특화 서비스들과 다른 차별화 포인트를 MVNO 사업자가 확보한다는 것은 쉽지 않아 보인다.
대부분의 MVNO 찬성론자들이 주장하는 부분은 저렴한 요금제가 핵심인데, 요금이 저렴하다고 해서 가입자가 쉽게 이동할 것이라는 생각은 더더욱 하기 힘들다고 본다.
지난 3월 초에 '한국에서의 MVNO, 기대해도 될까?'라는 포스팅을 통해서 국내 MVNO 사업자 중 한 곳을 소개한 바 있다. 그런데 이 내용을 보신 해당 기업의 서비스 본부장이신 이사님께서 고마움의 표시와 함께 시장 관련 담화를 요청해 주셔서 직접 만나뵐 기회가 있었다.
<LGT 회선을 임대하여 저렴한 요금제를 특화시켜 재판매 중인 스페이스네트>
여러가지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결론은 쉽지 않은 시장이라는 점을 재인식하게 되었다는 점이다. 물론 해당 기업은 데이터통화가 아닌 음성통화 부문에 국한되어 재판매 활동을 하고 있기에, 일반적으로 흔히 기대하고 있는 MVNO 사업 수준과는 다소 차이가 있다. 그러나 법안 통과와 함께 MVNO 시장이 활짝 열리게 되면 이러한 선발 주자들의 운신의 폭이 커지게 될 것이기에 국내에서 선행 경험을 하고 있다는 점은 분명 중요한 포인트라고 할 수 있겠다.
이 업체의 경우 중고폰을 확보하여 판매하고 있다보니 대다수의 일반인들을 고객으로 끌어안기가 쉽지 않고, 요금수준만 놓고 통신사를 선택하는 사용자들의 모수가 많지 않다보니 가입자 증대에도 한계점을 갖고 있었다.
게다가 최근 추세가 휴대폰 단말기는 더이상 음성통화만 하는 '전화기'가 아니라 다양한 생활 서포터가 되어 줄 '컴퓨터'로 바라보고 있기 때문에, 정말로 MVNO 사업자가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환경이 될 수 있을지 불확실한 면이 많아 보인다.
물론 현재 MVNO 사업을 준비하고 있는 기업들은 나름대로 시장 조사와 함께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 것이라는 전략적 목표가 있기 때문에, 법제화를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분명 국내 시장에 잘 맞는 한국형 MVNO 환경이 갖춰 진다면 성공하리라 생각된다.
MVNO 사업 자체를 부정적으로 해석하려는 것이 아니라, MVNO를 바라볼 때 정체기를 맞고 있는 현재의 통신시장으로 인해 단지 새로운 사업모델을 찾아 맹목적으로 추구해서는 절대로 안되고, 다양한 해외 사례를 거울삼아 정말로 국내 사업자와 소비자에게 모두 득이 될 수 있는 획기적인 법안과 제도 지원, 사업 전략이 필요하다는 것을 관련 업계 모두가 함께 고민해 주기를 바라는 것이다.
'무늬만 MVNO'로 탄생하게 되면, 관련 업계는 물론이고 오히려 국가 통신산업 발전에 악영향만 줄 뿐이다.

